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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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화장(火葬)

  • 2011.05.25
  • 1,975
• 장법(葬法) 가운데 애장(崖葬)이 있다. 시신을 관에 넣어 절벽에 매달아 놓는 방식을 말한다.
이른바 풍장(風葬)의 한 종류다. 중국 등의 오지에서 행해지는 풍습으로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소탈한 장법처럼 보이지만 여기서도 어김없이 빈부의 차이가 노출된다. 돈 많은 집안일수록
더 높고 더 험한 장소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런 곳일수록 짐승이나 부장품을 노리는 도둑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깎아지른 절벽의 사람손이 닿기 힘든 장소에 시신을 매달아
놓으려면 일정 정도의 재력이 있어야 한다.분묘를 화려하게 조성하거나 명당을 찾는 행태 저변에는
과시욕이나 기복 심리가 깔려 있다. 그 근거로 흔히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이 제시된다.
조상과 후손의 기가 같아 감응한다는 뜻이다. 이는 조상이 편안한 곳에 묻혀 있어야 좋은 기를 받아
자손도 잘된다는 뜻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최창조 전 서울대교수는 “동기감응론은 일종의 자기암시”
라고 말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부모가 뼈가 으스러지는 고문을 당해도 이로 인해 자식이 조그만
종기 하나 생겨났다는 말을 듣지 못했는데 어찌 친자감응(동기감응)을 일컫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신의
장례방법으로 화장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79.3%로 매장(15.1%)보다 훨씬 많았다.
화장이 대세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1991년 17.8%에 불과했던 화장률은 지난해에는
약 70%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장문화 확산에는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큰 기여를 했다.
그는 1998년 타계하면서 “내 시신을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만들어 사회에 기증해 장묘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후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이 전개됐고 화장률도 급속히 치솟았다.
중요한 사실은 최 회장을 명당에 묻지 않았어도 SK그룹은 번성하고 있다는 점이다.불교에서 화장은 완벽히
무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닌다. 화장의 의미를 놓고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나 장법이 현실의
소산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앞서 언급한 애장도 절벽이 많은 산악지역에서 발달했다.
땅은 좁고 인구는 많은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화장률이 늘었지만 아직 멀었다. 일본은 99.9%, 대만은 90.7%에 달한다.

출처 - 세계일보 (201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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